헬스데이뉴스
칼럼
정신질환자의 개인정보는 동의 없이 조회되어도 좋을까?이영준 (한국임상심리학회 정책 및 제도이사)
이종화 기자  |  voiceplu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1.24  01:06:4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근래에 들어 일반인이나 의료인들이 정신과적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는 사건들이 빈번히 보도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해 및 타해의 위험성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이 특별한 관심과 치료적 개입을 받아야 함을 주제로 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을 중심으로 발의된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 혹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이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기존의 법 조항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정신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결과 정신병적 증상으로 자해 및 타해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사람의 퇴원 사실을 관할정신건강복지센터 혹은 보건소의 장에게 통보하여 이들에 대한 “관리”를 이어가게 한다든지, 입원 환자 중 “특정강력범죄”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소재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전력 조회를 요청하게 하여 범죄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자해 및 타해 전력이 있는 환자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외래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도 발의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한 개정안 발의는 정신질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공격적 행동으로부터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주요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개인정보의 노출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보가 처리되는 것에 관한 동의 여부 및 동의 범위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배치된다. 나아가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이념에도 어긋난다.

두 번째로, 자해 및 타해의 위험성은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또한 자해의 위험성에 대한 관리 의무와 책임을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부여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타해의 위험성과 관련하여, 정신질환의 유무와 관계없이 폭력 행동에 가장 안정적이고도 높은 예측력을 보이는 변수는 과거의 범죄 경력임이 알려진 바 오래되었고, 이는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더하여 최근의 연구 결과는 범죄 경력과 더불어 개인의 다양한 심리적 특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이루어질 때 폭력의 재범 예측 가능성이 증가됨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 발의안은 타해의 위험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예측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며,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폭력의 잠재성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은 임상적 관찰과 타당한 평가의 결과 해석에 기반함을 고려하면, 타해의 위험성에 대한 예측은 정신건강전문의의 진단 과정에 신뢰롭고 타당한 평가도구의 적용과 해석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이러한 평가도구의 적용과 해석, 심리치료의 적용에 특화되어 국가에 의해 관리, 양성되어 온 전문직역이며,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심리학회가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임상심리학 전공자들에게 부여하는 자격으로, 이들은 최소 3년 이상의 수련과정을 통해 심리평가와 치료에 고도로 훈련된 전문인력이다. 이들의 전문성은 폭력 발생의 위험성에 대한 예측 평가에 객관성을 부여함으로써 진단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잠재적 공격성이나 폭력성을 지닌 존재라는 편견으로부터 정신질환자 및 그 보호자들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폭력 사건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하려는 다양한 대책은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특정 대상이 편견과 차별을 받지 않고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일은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폭력 위험성 예측에 잘 훈련되어 있는 전문인력에 의한 타당한 평가가 진단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작성자: 이영준 (한국임상심리학회 정책 및 제도이사)

< 저작권자 © 헬스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종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음주운전 논란 속 배우 손승원이 고백
'마르판증후군 공개강좌' 성황리 개최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59, 14층 1402호(서교동)  |  TEL. 02-6351-1994  |  FAX. 02-6008-1749
주식회사 헬스데이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2143 | 등록일자 : 2012. 06. 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상훈
Copyright © 2012 주식회사 헬스데이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healthda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