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데이뉴스
칼럼문현주 칼럼
낙태논쟁, 가장 중요한 건 ‘여성의 건강’안전하게 임신 중단할 권리 보장해야
문현주 원장  |  news@healthda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1.12  16:50:4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난임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중에는 가끔 망설이다 오래전 ‘낙태(‘태아를 떨어뜨린다’는 뜻의 낙태는 떨어뜨리는 주체를 여성이라고 상정하고 책임과 비난을 여성에게 집중시킬 우려가 있어 ‘임신중단’과 같은 대체어를 찾아야 하지만, 이 글에서는 사회적 맥락을 살리기 위해 낙태로 표기합니다.)’의 경험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제가 예전 낙태 경험 때문에 임신이 안 되는 걸까요?”라고 물으면서요. 낙태 시술을 받고 한의원을 찾은 미혼여성도 “혹시 나중에 불임이 되면 어쩌죠?” 하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낙태 후 건강한 회복, 방해 요인은 ‘낙태의 불법화’
질문에 답을 먼저 하자면 낙태를 했다고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낙태 후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회복해야 하지요. 낙태한 후에 염증으로 자궁내막에 유착이 생기거나 나팔관이 막힌다면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커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인공유산 후에도 아이를 낳은 것처럼 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어혈을 제거하여 자궁 회복을 돕고 피를 건강하게 하는 치료로 기운을 북돋는 것이 유산 후 한방치료의 기본 원칙입니다.

낙태 후 건강한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낙태의 불법화’입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강간으로 인한 임신, 인척간의 임신,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이나 감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낙태는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모두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지요. 그러다 보니 아는 이 없는 낯선 동네, 후미진 병원을 찾아 기록에도 남지 않는 ‘불법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낙태 휴가’는 엄두도 낼 수 없으니 수술 후 제대로 몸조리를 하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 나쁜 기억이 있는 장소에 다시 가기 주저하며 병을 키우기도 하지요.

낙태금지 정책과 모성 사망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낙태가 금지된 루마니아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참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어느새 임신 4개월이 된 가비타와 기숙사 룸메이트 오틸리아는 불법 낙태를 위해 어렵게 돈을 빌리고 호텔을 구하고 불법 시술을 하는 무자격자를 만났지요.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폭력과 굴욕, 모멸을 겪으며 겨우 낙태를 했지만, 가슴 아프게 보내야 하는 아기에 대한 애도와 낙태 후 회복을 위한 몸조리는 사치였을 뿐입니다.

   
 

1964년부터 1989년까지 25년간 루마니아 니콜라이 차우체스쿠 정권이 실시한 낙태금지 정책이 여성 건강에 미친 심각한 영향은 <미국 공중보건 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된 논문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낙태 금지 정책이 시행된 이후 루마니아 여성들의 모성 사망률, 특히 낙태 관련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였습니다. 주원인은 과다출혈과 감염이었지요. 안전한 낙태를 했더라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여성들이 매년 500명씩 죽었고, 루마니아의 모성 사망률은 유럽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높았습니다. 이렇게 높아진 모성 사망률은 낙태금지 정책을 폐기하고 나서 한 해 만에 반으로 줄었지요.

“나의 자궁, 나의 것”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수술을 한 의사에게 최대 12개월의 의사 자격 정지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발하여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가 낙태수술을 전면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여성들은 검은 옷을 입고 광장에 모여 ‘나의 자궁, 나의 것’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법안은 백지화되었습니다. 금지한다고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법 낙태가 증가할 뿐입니다. 백 명의 낙태에는 백 가지 사연이 있고, 어느 누구도 ‘생명을 경시해서’, ‘함부로’ 낙태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 ‘안전한 낙태’를 보장해야 합니다. 낙태를 둘러싼 모든 논의의 중심은 ‘여성의 건강’이어야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의학정보를 원한다면?

헬스데이뉴스에서는
카카오톡 〔헬스데이뉴스〕와 친구를 맺어 1:1 문의
http://plus.kakao.com/home/@헬스데이뉴스
팟캐스트 〔건강삼대〕로 라디오처럼 듣는 의학정보
http://www.podbbang.com/ch/9327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에서도
https://www.facebook.com/healthda2/?fref=ts
story.kakao.com/ch/healthdaynews
헬스데이뉴스와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저작권자 © 헬스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입속 세균을 자세히 알아보자!
잇몸병 관리 이렇게 하세요!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59, 14층 1402호(서교동)  |  TEL. 02-6351-1994  |  FAX. 02-6008-1749
주식회사 헬스데이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2143 | 등록일자 : 2012. 06. 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상훈
Copyright © 2012 주식회사 헬스데이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healthda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