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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이 끝난 ‘완경(完經)’을 대하는 태도“퇴화인가, 또 다른 삶인가?”
문현주 원장  |  news@healthd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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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7  23: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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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경’ 이후에도 오래 사는 유일한 영장류
최근 통계청은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84.4세로 지난 사십 년간 스무 살이나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여성의 완경(完經: 과제를 마치며 완성했다는 의미로 폐경을 대신하는 말) 연령이 평균 49.7세니 월경이 끝난 생식기 이후의 삶이 전체 인생의 1/3을 훨씬 넘기는 것이지요.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류는 영장류 동물 중에서 생식을 끝낸 후에도 오래 사는 유일한 종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성의 삶의 목적이 ‘생식’은 아니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생식의 성공(reproductive success)’은 진화의 절대 명제이고 방향입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이 ‘왜 여성은 생식기능을 중단하는가?’입니다. 평생 계속해서 배란한다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을 텐데요.

“왜 여성은 생식기능을 중단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단지 너무 오래 살면서 출생 시 가지고 태어난 원시난포가 중도에 소진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요.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드는 임신과 출산, 양육을 반복 경험하면서 여성의 기운이 약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임신을 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이 ‘양보다는 질’을 생각한, 진화에 부합한 성공적 생식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진화인류학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토론은 크리슨 혹스(Kristen Hawkes)가 제안한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입니다. 생식을 멈추고 그 에너지로 대신 손주를 돌볼 때 오히려 최종적인 생식의 성공률을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어른이 되면 무리를 떠나는 다른 침팬지와 달리 성숙한 이후에도 어머니 플로(Flo)와 함께 사는 딸 피피(Fifi)의 생식 과정을 관찰하였습니다. 피피는 다른 침팬지에 비해 어린 나이에 생식활동을 시작하면서 무리에서 가장 많은 수의 새끼를 낳았고, 피피의 세 아들은 무리에서 가장 덩치가 커서 지배층이 되었으며, 딸은 피피보다도 더 일찍 생식을 시작하였습니다. ‘할머니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이지요. 감비아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도 할머니가 있는 아이들의 1~2세 영아사망률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환경, 인종 등에 따라 다른 완경 시기와 갱년기 증상
영양이 발달하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여성의 초경 시기는 눈에 띄게 앞당겨졌지만, 생식기능을 끝내는 완경 연령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인종, 어린 시절의 경험, 사회경제적 상태, 출산 여부 등에 따라 조금씩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요. 방글라데시 이민자 연구를 보면, 초경 이전 영국에 이민 온 경우는 영국인과 비슷하게 오래 월경을 했지만, 초경 이후 이민자는 방글라데시에 계속 사는 여성들과 비슷하게 완경 연령이 빨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영양부족, 감염의 위험 등으로 에너지 부담이 높았기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증상도 인종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동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서구인들은 완경 이후 급격한 호르몬의 저하로 상열감, 홍조 등 에스트로겐 결핍 증상을 뚜렷하게 호소합니다. 반면, 의료인류학자 마가렛 로크(Margaret Lock)의 일본인 연구에서는 오히려 통증, 피로감, 무기력 등을 갱년기의 대표적 증상으로 꼽습니다.

   
▲ 문현주 원장 / 움여성한의원

완경과 갱년기를 대하는 사회문화적 태도의 차이
갱년기는 단지 몸의 변화가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의 삶의 경험과 연륜, 지혜가 젊은 세대의 생존과 직결되었던 전통사회에서는 생식을 완수한 여성이 우대받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했지만, 젊음의 가치가 칭송되는 사회일수록 여성들의 갱년기 스트레스는 더욱 높습니다. 아프리카 전통사회인 쿵(!Kung)족 여성들은 완경 이후 오히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젊은 남성을 애인으로 두는 등 성적 활동이 활발하지만, 여성의 성적 정체성이 피와 관련 있다고 보는 인도에서는 완경 여성을 더 이상 성적 존재로 여기지 않습니다.

완경 이후를 퇴화로 볼 것인지, 삶의 또 다른 발달과정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완경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완경 이후가 꼭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문제적 상황’인지를 살피고,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보내기 위한 지혜를 모색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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