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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화된 출산환경, 누구를 위한 최선일까?“분만은 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축제여야”
이종화 기자  |  voiceplus@healthd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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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26  09: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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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의료화, 백 년도 채 안 된 일최근 한 영국 온라인 매체의 설문조사 결과 10대와 20대 젊은 산모들 사이에서 ‘대중 분만(crowd birthing)’이라는 새로운 분만 문화가 유행이라 합니다. 남편은 분만실 밖에서 노심초사 기다리고 산모 혼자 외롭고 힘들게 산고를 겪어내는 21세기의 흔한 병원 출산과 달리 가족과 친구들이 분만 과정에 참여하면서 응원도 해주고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새로운(사실은 오래된) 풍경입니다. 한 사람의 분만에 평균 여덟 명이 참여한다니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일 듯싶습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은 분만이 임박했을 때 조력자를 찾는 유일한 영장류 동물입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좁아진 골반으로 머리가 큰 아기를 출산하는 데는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조력자는 대부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가족 중 한 명일 뿐 전문 의료인은 아니었습니다. 여성 생애주기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로 가족, 이웃과 함께하던 출산이 의료의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병원에서 전문 의료인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이루어지게 된 것은 백 년이 채 되지 않은 근래의 일입니다.
‘근대 의료의 지배력이 확장되면서 과거에는 의료적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의료의 통제에 들어오게 된’ 의료화(medicalisation)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왕절개, 산모와 아기를 위한 신중한 선택이어야
병원 분만의 명확한 장점은 산모와 신생아의 생존율을 현저히 높였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돌봄과 지지가 배제되고 그 자리를 첨단기기가 대신하면서 불필요한 의료 개입이 증가하고 출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인 10~15%의 두 배가 넘는데요. 제왕절개는 응급상황에서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 데 꼭 필요한 수술이지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수술한 산모는 자연분만보다 회복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착 등의 부작용으로 이후 임신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왕절개 아기의 경우도 출산 후 생리 조절, 수면리듬에 방해를 받고 호흡기 질환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많은 연구는 전합니다. 수술 중 투여되는 약물의 영향 외에도 연구자들은 ‘진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Ashley Montagu)는 자궁수축으로 발생하는 진통이 배 속의 아기를 자극하면서 호흡, 소화, 신경계의 발달을 돕는데, 다른 동물들이 막 태어난 새끼를 혀로 핥아주는 것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주장합니다. 진통할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신생아의 후각 발달, 엄마와의 관계 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합니다. 실제 실험 연구에서도 진통 없이 바로 제왕절개를 한 경우에 비해 진통을 경험한 후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이 훨씬 발달한 생리 기능이 있었습니다.

출산 직후 엄마와 아기의 접촉, 평생 유대와 건강에 영향
무기력하게 세상에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보살핌은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조건입니다. 출산 직후 한 시간을 아기의 생존과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산모 대부분은 막 태어난 아기를 왼쪽 가슴에 품는데, 아기는 뱃속에서 익숙했던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안정을 찾습니다.
또한, 미숙한 뇌를 가지고 태어나 신경계, 온도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기에게 엄마의 품속 ‘둥지(nest)’는 열을 보존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인류 조상들의 분만환경을 고려한다면 체온 유지와 함께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엄마 둥지’는 신생아의 에너지를 아끼고 천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아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 문현주 원장 / 움여성한의원

출산 직후 엄마와 아기의 피부 접촉(skin-to-skin contact)은 모유수유 뿐 아니라 엄마와 아기가 맺는 평생의 유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출산 직후 20분 이상 엄마와 아기가 피부 접촉을 한 경우 완전 모유수유 기간이 1.35개월 증가하고, 단유가 2.1개월 늦어졌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를 엄마 품에 올려놓으면 엄마의 양수 냄새에 익숙한 아기는 엄마의 가슴을 찾아 빨기 시작하면서 모유 생성에 도움을 주고, 가슴으로 기어오르는 아기의 몸짓과 발동작은 엄마의 자궁수축을 도와 과다출혈을 방지합니다.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입니다.
출산 직후 엄마와 아기의 긴밀한 접촉이 유대 형성을 도와 엄마의 육아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도 감정적으로 안정되게 자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가 밀접하게 접촉하는 ‘캥거루 케어’는 조산아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응용되기도 하지요

우리의 출산 환경은 어떠한가요? 의료화된 출산에서 산모는 감시와 지시의 대상이 되고, 따뜻한 지지와 격려의 자리를 차가운 기계가 대신합니다. 엄마와 아기는 만나자마자 너무 빨리 헤어집니다. 분만이 안전한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료의 넓은 안전망 속에서 가족들의 애정 어린 지지를 받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진통하고 분만하고, 막 태어난 아이와 살을 부빌수 있는 환경에서 엄마와 아기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첫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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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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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족
나팔관 청소만 잘해도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는데 사실인가요?
(2015-08-26 10:57:01)
김영란
우리나라의 출산환경에 대해 되짚어 보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2015-08-26 09:01:08)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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