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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고통은 출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여성의 산후 건강, 사회가 함께 챙겨야”
문현주 원장  |  news@healthd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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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03  22: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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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은 ‘새 생명의 탄생’뿐 아니라 여성이 어머니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송두리째 변하는 일상, 환경, 모성 등의 거대 담론은 뒤로하고 오늘은 출산을 경험하며 여성이 겪는 몸의 변화, 그래서 더욱 중요한 산후조리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인간의 출산은 ‘고통’일까?
출산의 과정은 아무리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미화하더라도 ‘고통’ 그 자체입니다. 온몸의 뼈와 관절이 해체되는 듯한 아픔이지요. 성경에서는 이브가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부터 출산의 고통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는 500~700만 년 전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산고가 더욱 심해졌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네 발로 다니던 영장류 인간의 조상이 걷기 시작하면서 골반은 직립보행에 적합한 형태로 변하고 상대적으로 출산은 어려워졌습니다.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의 골반 모양이 앞뒤로 긴 타원형인 데 비해 인간의 골반은 들어가는 입구는 옆으로 길고, 나오는 출구는 앞뒤로 긴 달걀 모양입니다. 태아가 복잡한 회전을 해야만 엄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지요. 또한, 다른 영장류 동물들은 질 입구로 나올 때 얼굴을 엄마 배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엄마가 손으로 쉽게 아이를 꺼낼 수 있지만, 사람은 천골갑각이 골반 앞쪽에서 골반강 내로 튀어나와 있어 아기가 상대적으로 넓은 골반 뒤쪽을 바라보며 세상에 나오기에 난산의 위험이 큽니다. 다른 동물들이 출산할 때가 되면 어둡고 외진 장소를 찾아 홀로 출산을 하는 데 비해 사람만이 출산 조력자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출산 직후에도 ‘돌봄’에 기력을 소모하는 여성
뿐만 아니라 사람의 아기는 매우 무기력하게 태어납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머리 크기의 증가는 문명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직립보행에 적합한 골반 크기를 넘어서면 안 됩니다. 이를 산과의사 필립 스티어(Philip Steer)는 ‘보행(walking)과 사고(thinking)의 갈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갈등에 대한 중재안 중 하나가 아이가 완전히 성숙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기보다는 조금 작은 머리를 갖고 태어난 후 출산 후에 뇌 크기를 발달시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아이는 장소만 자궁 안에서 밖으로 바꿨을 뿐 여전히 엄마에 의존해 자라게 됩니다. 임신 중 태아를 키우는 데 하루 300칼로리의 추가 에너지가 필요했던 여성은 출산 후 모유 수유로 미숙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하루 500칼로리의 에너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혼자 걸을 수도 없는 아이를 운반하고 보살피면서 출산 후 몸이 제대로 회복되기도 전에 기력을 소모합니다.

   
 

출산한 여성 누구나 ‘산후조리’가 중요한 이유
좁은 골반으로 머리가 크고 어깨가 넓은 아이를 출산하는 고통을 겪고, 출산 직후부터 무기력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성에게 산후조리는 건강 회복을 위한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후조리의 전통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서구의 여성들은 출산 직후 바로 샤워를 하고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회음부의 붓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냉찜질을 하기도 합니다. 막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 남미, 중동, 아프리카에는 출산 후 일정 기간 찬바람을 피하면서 몸의 회복을 위해 애쓰는 산후조리의 전통이 있습니다. 과테말라 여성들은 출산 후 따뜻한 목욕, 좌욕을 하며 몸을 회복하고 중동지역에서도 찬 기운에 접촉하면 관절 이상을 일으킨다고 해서 산후 외출을 삼가도록 합니다.

비서구의 관점으로 봤을 때 정반대의 산후조리법을 택한 서구인들이 더 많은 산후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리를 못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근거가 될 만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양인들이 산후에 몸이 여기저기 안 좋다고 느끼는 증상 대부분은 산후 우울증 범주에 포함되는데요. 산후에 나타나는 관절 통증도 '조리를 못 해서', '찬바람을 쐐서'라고 인식하기보다는 그저 산후에 나타난 관절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른 것뿐입니다.

   
▲ 문현주 원장 / 움여성한의원

물론 인종에 따른 체질의 문제나 골반 구조의 문제 등이 산후 증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테지만요. 산후에 나타나는 증상은 대부분 나는 아픈데 검사상 이상이 없는 ‘질병 없는 병(illness without disease)’에 속합니다. ‘아프다’는 것은 몸의 이상뿐 아니라 마음과 환경의 변화, 사회/문화적 인식까지도 포함합니다. 출산으로 몸이 급격하게 변하고 많은 여성이 산후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나아가 의학적 지식과 전통적 지혜를 통합해 우리 사회에 최적화된 산후조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여름철 산후조리를 겪고 있거나 앞둔 여성들을 응원하며, 여성의 산후 건강에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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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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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꿈
아이를 낳는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군요 자신을 희생한다고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엄마가 된다는건 정말 신이주신 축복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좀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중요해 보입니다
(2015-08-06 19:15:14)
미인박명
지당한 말씀입니다. 여성의 산후 건강은 사회가 책임져 주어야죠. 아이만 낳으라고 하면서 정부가 해주는 건 전혀 없고...출산 휴가조차 눈치보고 가야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바뀌어야지 싶어요
(2015-08-05 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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