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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환경, 생식건강은 안녕한가?“각자도생 아닌 사회적환경에서 답 찾아야”
문현주 원장  |  news@healthd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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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21  00: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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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생식기능을 억제하는 것은 질병이 아니라 적응이다.’라는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지난 두 번의 칼럼을 썼는데요. 주제는 생식기능에 불리한 음식과 노동환경, 즉 에너지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식건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일상화된 현대인의 스트레스 환경
여전히 굶주리며 힘든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지구촌 곳곳에 많지만, 산업화된 많은 나라에서는 이제 ‘스트레스’라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먼저 떠올리고 ‘만병이 스트레스 탓’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질병 원인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석기시대 인류의 조상들도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아무 대비 없이 평원을 지나다 호랑이, 사자, 물소 등 맹수를 만나면 숨이 막히고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긴장감을 느낍니다. “싸울 것이냐, 도망칠 것이냐(fight-or-flight)”를 결정짓는 그 순간 몸에서는 대사가 빨라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넘기면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평온을 되찾습니다.
고대 인류의 조상들이 어쩌다 한번 이런 스트레스를 겪었다면, 현대인의 삶은 스트레스 그 자체입니다. 경쟁이 일상화됐고 갈등과 선택, 긴장의 연속입니다. ‘맹수’는 일상 곳곳에 있는데 부딪히기도 역부족이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 환경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우호적일까요? 생식기능은 스트레스 환경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임신을 방해하는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들
동물학자들은 포유류 관찰연구에서 경쟁적인 환경에 있는 동물들이 경쟁이 덜해질 때까지 생식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동물행동학자인 사폴스키(Sapolsky) 박사는 인위적으로 짝짓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줬을 때 초파리의 번식률이 훨씬 높고 개코원숭이도 서열에 따라 성호르몬의 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스트레스 환경이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과테말라 산간 마을에서 진행된 인류학적 연구에서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코티졸 분비를 증가시키고 배란 이후 프로게스테론 농도를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황체기 프로게스테론 농도 저하는 착상실패, 초기 유산 등 생식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임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지만, 여전히 인과 관계는 모호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이 잘 안 되는지, 임신이 잘 안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난임 여성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인터뷰 연구에서는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롤러코스터’에 비유합니다. 매달 월경 전후로 임신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정신적 혼란을 겪고, 비상 상황을 알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복 노출되면서 생식기능을 주관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이 균형을 잃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심리학자 도마(Domar) 박사의 연구에서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심리요법을 받은 여성들의 1년 이내 임신율이 55%로, 심리적 지지를 받지 못한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문현주 원장 / 움여성한의원

마음의 건강이 중요한 것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여성뿐이 아닙니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이제 막 임신을 계획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코티졸, 알파 아밀라아제 등 스트레스 호르몬과 임신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을수록 그 주기에 임신이 잘 안 되었습니다.

한방치료, 심리요법이 도움••• 더 중요한 건 환경을 바꾸는 일
한의학에서도 임신을 방해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습니다.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하여 간경락의 꽉 막힌 에너지 때문에 자궁, 난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지요. 기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한방치료가 도움될 수도 있고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요법이 임신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지”,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적 환경은 무엇인지”를 살피고 개선하는 일입니다. ‘각자도생’의 길은 멀고 힘들기만 합니다. 한국은 삶의 질, 만족도,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방해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 지수는 높고요.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성의 4.7배나 됩니다. 지금의 환경이 과연 생식에 유리한 것일지,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여성의 몸은 적극적으로 임신에 협조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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