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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공감하는 마음도 가라앉다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계성
이계성 교수  |  news@healthd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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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2  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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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인간이 가진 “결과 예측 능력”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 예측 능력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농구 선수가 자신이 던진 공의 포물선을 예측해보고 그에 따라 힘 조절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의 과정과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가장 이상적인,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과 예측 능력은 한 때 유행했던 “앞뇌형 인간”의 중요한 부분인 전전두엽의 여러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이다. 전전두엽의 기능을 소위 집행 혹은 수행기능이라고 부르며 이는 목적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리스트를 정리하고, 그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그 일들이 무엇인지 기억하고(기억능력),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집중력을 유지하고 몰입하며(집중력), 그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자신을 관찰하고(자기관찰 능력), 걸림돌이 생기면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내고 어려움을 극복(문제해결 능력)해 나간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결과 예측을 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본능에 따라 지금 당장의 이익과 만족 그리고 쾌락을 쫒아서 감정적, 충동적, 그리고 우발적인 의사 결정을 하여 스스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간에게 결과 예측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은 멸종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 예측 능력은 만족을 지연 시킬 수 있는 능력과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즐거움과 쾌락을 나중을 위해서 보류할 수도 있다. 우리가 분노와 같은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이유는 분노의 감정을 표현한 이후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는 결과 예측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쾌락과 즐거움을 쫒아가는 클럽 활동을 자제하고, 약물, 흡연, 음주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도박과 인터넷 게임에 대한 시간을 조절하려고 하는 것는 그 행동의 결과를 시뮬레이션 해보고 만족을 지연 시키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의사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서양의 합리주의 기틀을 마련한 그는 분명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인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은 생각이 없고, 판단하고 느끼지 못한다고 간주 했었다. 그는 사고가 없는 동물은 감정이 없고 영혼이 없다. 당연히 판단할 수 있는 이성조차도 없다. 따라서 살아 있는 시계나 로봇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은 언제 어디서든지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고 동물들이 도살당하거나 학대 받을 때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아니 기계조각으로 만든 로봇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 어떻게 그처럼 실제로 고통을 받는 듯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데카르트는 자신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전혀 인간적이지는 못했거나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오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이만큼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가진 결과 예측 능력과 같은 이성적 판단능력이었을 지는 몰라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인 사고가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고, 전할 수 있는 “감정적 소통 능력” 같이 아파할 수 있는 “공감 능력”에 있다.

필자는 “공감”과 “소통”이 갖고 있는 치유력을 믿는다. 얼마나 아팠는지 고통스러웠는지 함께 느끼고 아파하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로하며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필자는 그 사실을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다치고, 다양한 중독 질환으로 고통 받는 대상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눈으로 지켜보았다.

몬트리올 미술관에는 Pieter Brueghel the Younger가 그린 “여관으로부터의 귀가(Return from the Inn)”가 있다. 그림을 보면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어 걸어가는 아이를 가리키며 부인이 술이 취한 남편에게 “제발 아이를 봐서라도 술 좀 그만 마시고 다녀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남편의 태도인데.. 고개를 돌리고 부인의 말을 외면하고 듣지 않는다. 아마도 부인에게는 남편이 술에 취해 있다는 사실 보다 자신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고통일 것이다. 듣는 것(경청)은 감정적 소통과 공감의 시작이다. 공감과 위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감상하고 함께 아파하고 걱정해 주는 것이 소통과 공감이다. 

   
 

Pieter Brueghel the Younger, “Return from the Inn” 1616.
Th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술,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쾌락에 빠졌거나 권력에 도취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공감 능력의 부재이다. 상대방이 주는 감정적 신호를 읽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넒은 의미로 소위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중독성 행동과 약물이 무서운 이유 중에 하나는 이들이 뇌손상을 일으켜 결과예측, 의사결정, 만족을 지연 시키는 능력을 마비시키어 감정적, 충동적, 우발적 행동을 할 위험을 증가 시킬 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을 마비시키어 이차적 사이코패스를 만든다는 것이다(일차적 사이코패스와 달리 이차적 사이코패스 치료 예방이 가능하다). 그들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의 중독 행동과 물질 사용으로 인해 겪게되는 고통과 아픔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가 아이들을 훈계하기 위해 회초리를 들었다가 차라리 네가 나를 때리라고 회초리를 건네주는 이유는 자기 자식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자신이 아픈 것 보다 더 큰 고통을 주기 때문 인 것이다. 공감과 소통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지옥과 다름없다. 일방적 지시적 의사소통에 익숙해진 사람과 지내보면 안다. 벽에 대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무엇인지를..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그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의 감정적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면 우리는 잔인해 질 수 있다. 최근 도박에 빠져 부인을 토막 살해한 김하일이나 만취 상태에서 평소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르던 70대 할머니를 성추행 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정형근.. 뿐만 아니라 2006년 한나라당 사무총장임에도 불구하고 음주 상태에서 기자에게 성추행을 했던 최모 의원이나 2014년 골프장에서 캐디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성추행을 지속했던 박 전 의원의 비이성적인 행동 모두 중독 행동, 약물 및 권력에 취해 공감능력, 결과예측 능력 및 만족 지연 능력이 마비되어 초래된 결과이다.

   
▲ 이계성 교수

필자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참 걱정된다. 감정은 계산하지 못한다. 돈과 재물은 큰 상실감 앞에 중요한 것이 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내 자신의 목숨도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이 감정이다. 그 감정을 달래어 주고 위로하는 것은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이다. 그 고통과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느끼어 주지 못하고 계산적으로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하는 것은 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내가 중독자들과의 치료적 관계를 통해 배운 인생의 교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4월 16일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년이 된다. 우리 모두 자신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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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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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네
제목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2015-04-12 13: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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