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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또 다른 나를 만나다 <킬미힐미>킬미힐미
김진옥 기자  |  jinok@healthd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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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2  20: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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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ID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차도현(지성 역)은 ‘차도현’이라는 이름 말고도 6개의 이름이 더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6명의 인격이 더 있는 셈이다. 다중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도현 앞에 목소리 크고 속마음은 유리처럼 다 들여다보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 오리진(황정음 역)이 나타나면서 6명의 인격들과 그 인격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남자, 그리고 리진의 일상이 엉키기 시작한다.

도현은 원래 뼛속까지 젠틀맨이다.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고 소심한 남자다. 그런데 분명 도현의 얼굴을 하고 징 박힌 가죽 자켓에 가죽 바지를 입은 센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이름을 신세기라고 한다. 분명 도현과 똑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하고선 다른 이름을 대고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하는 그를 본 리진은 낯설고 혼란스럽다.
화가 나면 와이셔츠를 쫙쫙 찢어 날리며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무섭게 변하는 헐크는 아니다. 하지만 ‘넌 누구니’ 싶은 다른 인격체가 튀어나와 분노를 표출하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
도현은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자기 안의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알게 된다. 비밀리에 병원을 찾은 그는 의사로부터 다중인격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하나여도 기절할 만한 일인데 무려 그 안의 또 다른 인격이 6명. 어린 시절,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받은 그는 자신의 고통을 대신 해줄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중인격장애는 요즘은 해리성주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으며,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주체성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장애다.
각 인격(주체성)은 환경과 자신에 대해 지각하고 관계하며 생각하는 데 있어 각각의 특징을 가지며 그 특징에 따라 개인의 행동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해리성주체장애의 원인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아동기 초기에 심한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을 경우 이에 대처하는 수단으로써 자기유도 최면을 걸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도현의 안에는 신세기, 나나, 요섭, 요나, 미스터X, 페리박 등 연령, 성별, 성품이 모두 다른 6명의 인격이 있다.
해리성주체장애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드문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들은 평균 7개 정도의 인격을 갖고 있고, 반 정도는 열 개 이상의 인격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인격이 개인의 행동을 조절하는 시간 비율은 다양하다. 한 인격에서 다른 인격으로의 전환은 갑작스럽게 혹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데, 스트레스 상황, 인격 간의 다툼, 깊이 내재된 심리적 갈등 등에 의해 일어난다.
인격들은 특정한 환경에 속해 있는 특정 인물들로 나타나며, 연령, 어휘, 일반적인 상식, 또는 주된 정서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교체되는 정체감들이 번갈아 지배권을 갖게 되는데, 한 정체감이 다른 정체감을 희생시키거나, 다른 정체감의 지식을 부정할 수 있으며, 서로 비판적일 수 있고 공공연한 갈등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인격들은 다른 인격을 인식해 자신이 다른 인격일 때 행한 행동들을 인식하고 기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과거의 트라우마로 형성된 우울감이 만들어낸 도현의 각기 다른 인격들은 리진이 도현의 비밀주치의로서 서로 함께 하기로 약속하며 상처가 회복됨을 암시한다.
해리성주체장애는 보통 장기적인 정신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증상을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공존하는 기분 증상과 불안 증상을 줄이기 위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의 약물을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료 동기가 있는 환자들의 경우 숙련된 치료자에 의한 치료를 통해 인격의 통합과 증상의 완화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정신치료의 과정 중 다른 인격에 접근하기 위해 최면이나 아모바비탈 투여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환자가 재통합을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인지행동치료를 이용하기도 한다.
도현은 감당하기 힘든 과거의 경험을 사랑하는 리진과 함께 직면하면서 상처를 치유해간다. 어쩌면 피하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문제를 정면 돌파해 보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한가지의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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