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데이뉴스
헬스Talk알쏭달쏭 건강상식
[병원에서 대접받기]⑮또 하나의 생명 나눔, 장기기증과 조직기증김현아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간호사
박미진 기자  |  queen@healthda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3.17  22:00:5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장기기증과 조직기증을 의미하는 인체기증. 낯설게 느껴지는 이 용어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이 선진국의 관심도에 미치지 못하는 탓에 기증을 약속하는 이도, 실제로 기증을 하는 이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내과적인 치료만으로 더 이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가장 값진 선물은 누군가의 건강한 장기와 조직이다. 

2년 전, 호주국적을 가진 한국인 학생이 필자가 근무하던 중환자실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 청년은 한국에 있는 친척 집에 놀러 왔다가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뇌사상태에 빠져 입원하게 됐다. 청년의 부모는 평소 봉사정신이 남달리 뛰어났던 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조국인 한국의 아픈 이들에게 장기기증과 조직기증 의사를 밝혔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기증받은 분들도 베푸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청년 부모는 새 생명으로 이어지는 값진 결정을 했다. 수많은 죽음을 접해왔던 필자의 고개를 숙이게 할 만큼 눈물나는 결정이었다.

장기기증은 9명, 조직기증은 150명을 살린다

장기기증과 조직기증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거나 그 차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이 둘은 ‘인체기증’이라는 같은 갈래에서 뻗어나왔지만, 기증하는 부위가 달라서 장기와 조직으로 나뉜다.

장기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내장기관으로 심장, 폐, 신장, 간장, 췌장, 췌도, 소장 등을 의미한다. ‘장기기증’은 생전이나 뇌사상태에서 이러한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망한 뒤에는 기증이 불가능하고 생전에는 신장과 간장만 가능하다. 한 사람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까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단, 장기기증은 기증받을 사람과 기증인과의 혈액형 일치 등의 적합성 검사가 필요하다. 정확하게 검사 수치가 맞는 경우에만 이식할 수 있다.

조직기증은 장기기증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생명을 살리기보다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신체장애와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인체 조직을 기증하는 것이다. 조직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위로 장기에 속하지 않는 피부, 뼈, 심장판막, 혈관, 연골, 인대, 건, 근막, 양막(태아 주머니) 등이 있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생전, 뇌사상태, 사후 모두 기증이 가능하다. 또 장기기증과 다르게 적합성 검사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조직 내 혈장 성분과 살아 있는 세포들을 제거해 감염이나 면역반응을 없애고 멸균 처리를 하면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조직기증으로 최대 150여 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한 청년의 숭고한 결정은 9명의 생명을 살렸고 100여 명의 생명을 연장했다. 또 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선물했다.

이식 대기자의 기약 없는 기다림…

국립장기이식 관리센터에 따르면 대기자가 장기를 이식받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도 매년 1000여 명에 이른다는 안타까운 통계가 있다. 또 2012년 12월 말 일자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기이식 대기자는 각막과 골수 이식대기자를 제외하고 2만 20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뇌사기증자 장기이식 건수는 2200여 건에 불과했다.

조직기증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기준으로 국민 100만 명 중 단 3명만이 조직기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낮은 기증률 때문에 국내에서 필요한 인체 조직의 76%가 외국에서 수입되는 실정이다. 또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에게 사람의 장기와 조직을 대체할 만큼 안전한 인공물은 없다. 그렇기에 인체기증은 더욱 간절하다.

몸으로 실천하는 숭고한 사랑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유교사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조차 큰 불효라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아직까지 장기기증이나 조직기증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인체기증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나라 사회가 점점 인식을 달리했으면 한다.

필자는 임상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직접 보고 들으며 마음가짐을 달리했고 몇 해 전 장기기증 서약을 결심했다. 그리고 더디지만 조금씩 인체기증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희망을 갖게 됐다.

어렵게 인체기증을 결심했더라도 모두가 기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예로 환자가 심장박동 외 모든 기능이 정지된 뇌사상태일 때 기증의사를 밝히면, 장기구득기관인 한국장기기증원(KODA)에서 직접 환자 상태를 정밀히 검사한다. 뇌사상태에서는 필연적으로 심정지가 오는데, 이때 장기와 조직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이 떨어진 후에 이식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때로는 지병으로 인해 기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기증을 서약한 후 필자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만일의 경우, 내 몸의 장기를 누군가에게 기증하게 된다면 받는 이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이 욕심은 지금의 나를 더 소중히 생각하게 하고 예전보다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필자는 새로 생긴 변화가 싫지만은 않다.

(끝)

< 저작권자 © 헬스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박미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음주운전 논란 속 배우 손승원이 고백
'마르판증후군 공개강좌' 성황리 개최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59, 14층 1402호(서교동)  |  TEL. 02-6351-1994  |  FAX. 02-6008-1749
주식회사 헬스데이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2143 | 등록일자 : 2012. 06. 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상훈
Copyright © 2012 주식회사 헬스데이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healthdaynews.co.kr